Planet Labs Pelican-11, 완벽함 대신 속도를 택한 위성 이야기

위성도 애자일하게 만들 수 있을까
Planet Labs 라는 위성 기업하나가 2026년 7월 7일 Pelican 이라는 위성 하나를 궤도에 올렸다.
이름은 Pelican-11. 최근 상장으로 유명한 SpaceX의 로켓이 궤도에 올리는 역할을 담당했다.
스펙만 보면 그리 특별할 게 없어 보인다. 상업용 데이터도 만들지 않을 위성이라니.
그런데 이 위성 하나가 Planet이라는 회사의 개발 철학을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라면 익숙할 그 단어, ‘애자일’을 우주선 제작에 그대로 옮겨놓은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Planet Labs의 애자일 전략 — 완벽한 위성 한 대보다 반복되는 위성 여러 대
내가 알고 있는 우주산업의 문법은 명확하다.
수년, 때로는 십 년 가까운 시간과 수천억 원의 예산을 들여 로켓이나 위성 하나를 완벽하게 다듬는다.
발사 실패는 곧 전체 프로젝트의 실패다. 그래서 모든 부품과 시스템을 몇 번이고 검증한다고 한다.
Planet Labs는 이 문법과는 다른 이야기를 쓰고 있다.
작은 개선을 낮은 가격으로 빠르게 반복하며 하드웨어 아키텍처 자체를 진화시키는 쪽을 택했다.
이것이 Planet이 스스로 이름 붙인 Agile Aerospace다.
Pelican 위성 역시도 이러한 회사의 전략 위에 있다. 발사 전에는 최소한의 기능만 검증한 MVP(최소 기능 제품) 수준으로 완성해 궤도에 올리고, 나머지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궤도상에서 완성해간다.
실제로 Pelican의 첫 기술 실증 위성은 발사 이후 몇 달 사이 70여 차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수행하며 관련 기능들을 하나씩 활성화 했다고 한다.
기존 개발 방법론을 택하는 대신, 궤도를 개발 환경의 연장선으로 쓰는 쪽을 택한 것이다.

Pelican-11의 목적 — 하드웨어를 실전에서 검증하고, 30cm급 해상도로 가는 길을 닦는다
Pelican-11은 이 Agile Aerospace 철학이 만든 두 번째 기술 실증 위성이다.
공식 명칭에는 ‘차세대 고해상도 Pelican 위성군(Gen 2)’이 붙어 있지만, 이 위성 자체는 상업용 데이터를 생산하지 않는다.
목적은 딱 하나다. Gen 2 위성에 들어갈 신기술을 실제 우주 환경에서 미리 검증하는 것.
왜 이게 중요할까. 1세대 Pelican은 50cm급 해상도를 지원한다. Gen 2는 이걸 30cm급까지 끌어올리는 걸 목표로 한다.
숫자로만 보면 20cm 차이, 그냥 조금 더 선명해지는 정도로 느껴진다. 하지만 이 한뼘의 차이가 엔지니어링 입장에서는 엄청난 차이를 의미한다.

50cm에서 30cm
같은 면적을 촬영한다고 할 때, 해상도가 50cm에서 30cm로 좋아지면 픽셀 하나가 담당하는 면적은 (50/30)², 그러니까 약 2.8배 줄어든다.
정밀도가 올라가는 대신 같은 지역을 찍기 위해 처리해야 할 데이터 양이 거의 3배로 불어난다.
센서, 광학계, 자세 제어, 데이터 처리까지 위성의 모든 부분이 이 3배의 정밀도와 데이터량을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그만큼 50cm에서 30cm로의 이동은 스펙 시트의 숫자 하나를 바꾸는 게 아니라, 위성을 새로 설계하는 것에 가까운 도전이다.
지상 시뮬레이션과 진공 챔버 테스트만으로는 이 정밀도를 온전히 보장하기 어렵다. 실제 궤도 환경의 진동, 열 사이클, 방사선 노출을 겪어봐야 비로소 드러나는 오차들이 있다.
그래서 Pelican-11의 역할이 하드웨어 테스트와 궤도 보정(calibration)에 집중돼 있다. 궤도 보정은 우리가 스마트폰에서 이야기하는 이른바 “손떨림 방지”기능과 유사할 것이라 생각한다.
새로운 센서와 광학 컴포넌트를 궤도에 올려 실제 조건에서 동작시켜보고, 여기서 얻은 데이터로 지상에서는 잡아내지 못한 오차를 다음 설계에 반영한다.
말하자면 Pelican-11은 실패해도 되는 위성이다. 오히려 여기서 발견되는 문제가 많을수록, Gen 2 양산 위성이 궤도에서 마주할 리스크는 줄어든다.
30cm급 이미지라는 최종 목표는 결국 이런 반복적 검증의 누적치다.
완벽한 설계도를 그려놓고 한 번에 쏘아 올리는 대신, 검증되지 않은 기술을 먼저 작은 규모로 우주에 보내 실패 지점을 찾아낸다. 그 다음에야 본대를 투입한다.
Agile Aerospace가 소프트웨어 개발 방법론에서 빌려온 개념이라면, Pelican-11은 그 개념이 광학 하드웨어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걸 보여주는 증거다.
30cm급 해상도, Planet Labs 만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여기서 하나 솔직하게 짚고 넘어갈 게 있다. 30cm급 해상도 자체는 Planet이 세계 최초로 도달하는 숫자가 아니다.
Maxar의 WorldView Legion은 이미 30cm급(34cm 네이티브) 이미지를 서비스하고 있고, Airbus의 Pléiades Neo도 30cm 네이티브 해상도를 제공한다고 한다.
그러니 Pelican Gen 2가 30cm에 도달한다 해도, ‘가장 선명한 위성 사진’이라는 타이틀만으로는 경쟁사를 넘어서기 어렵다.
Planet Labs는 해상도 숫자로 경쟁하는 것이라 이 사진을 가지고 제공하는 서비스로 경쟁한다.
Planet은 이미 매일 지구 전역을 촬영하는 위성군과, 필요할 때 특정 지점을 타겟팅해 촬영하는 위성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즉 ‘오늘 어디에서 변화가 일어났는지’를 매일 전 지구 단위로 먼저 포착한 다음, 그 변화 지점에 Pelican의 고해상도 촬영을 정밀하게 얹는 구조가 가능하다.
위의 경쟁사들이 고해상도 한 장의 품질로 승부한다면, Planet은 ‘어디를 봐야 하는지 매일 아는 상태에서 30cm급 해상도를 쏜다’는 모니터링 레이어 위에서 경쟁한다.
여기에 뒤에서 설명할 온보드 AI, 그리고 위성 한 대의 단가를 낮춰 빠르게 대수를 늘리는 Agile Aerospace 생산 방식이 더해진다.
Maxar나 Airbus가 소수의 정예 위성을 오랜 기간 개발해 띄우는 쪽이라면, Planet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위성을 많이 띄워 얼마나 자주 찍을 수 있는지와 커버리지에서 우위를 노린다.
NVIDIA Jetson AI, 궤도 위의 엣지 컴퓨팅
여기까지는 하드웨어 이야기다. 그런데 Pelican 위성군에는 또 하나의 축이 있다. 바로 온보드 AI다.
Planet은 Gen 1 Pelican부터 NVIDIA의 Jetson AI 플랫폼을 탑재해왔다. 이미 Pelican-4에서는 이 플랫폼을 활용한 실시간에 가까운 객체 탐지를 궤도상에서 성공적으로 수행한 바 있다.
위성 내에서 AI를 수행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위성이 촬영한 원본 이미지를 전부 지상으로 내려보내는 방식은 대역폭도, 시간도 많이 잡아먹는다.
그런데 촬영한 이미지 전체가 아니라, 실제로 의미 있는 변화나 객체가 담긴 부분만 골라 우선적으로 내려보낼 수 있다면 어떨까.
위성 내부의 AI가 담당하는 일이 바로 이것이라 할 수 있다. 위성 안에서 이미지를 1차로 분석해 유의미한 데이터를 걸러내고, 분석가에게 필요한 인사이트를 훨씬 빠르게 전달하도록 데이터 전송을 최적화한다.
이 구조는 Planet의 핵심 기술 전략과도 정확히 맞물린다.
Planet은 스스로를 ‘단순한 위성 이미지 판매자’가 아니라 ‘AI 기반 모니터링 플랫폼’으로 정의하고 있다.
원본 이미지만 팔아서는 부가가치가 크지 않다. 반면 이미지에서 변화를 탐지하고, 그 변화를 실행 가능한 인사이트로 바꿔주는 능력이야말로 고객이 실제로 돈을 지불하는 지점이다.
해상도가 30cm급으로 올라간다는 건 위성이 다뤄야 할 원본 데이터량 자체가 늘어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만큼 온보드에서 무엇을 먼저 걸러내고 무엇을 우선 전송할지 판단하는 엣지 AI의 역할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하드웨어의 해상도 경쟁과 온보드 AI의 판단 능력은 서로 분리된 이야기가 아니라, 한 몸으로 움직이는 두 축이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Pelican-11은 무엇인가요?
A. Planet Labs가 2026년 7월 7일 발사한 2세대(Gen 2) Pelican 위성군의 기술 실증 위성(TD2)이다. 상업용 이미지는 생산하지 않으며, Gen 2에 들어갈 신기술을 궤도상에서 검증하는 역할을 맡는다.
Q. Pelican Gen 2의 목표 해상도는 얼마인가요?
A. 1세대 Pelican의 50cm급 해상도를 넘어, 30cm급 이미지를 목표로 한다. Maxar WorldView Legion, Airbus Pléiades Neo와 같은 급의 해상도다.
Q. Planet Labs의 Agile Aerospace란 무엇인가요?
A. 위성 한 대를 오랜 기간 완벽하게 개발하는 대신, 작은 하드웨어 개선을 빠르게 반복하며 위성군 전체를 진화시키는 Planet 고유의 개발 철학이다. 2012년 Dove 위성부터 적용돼 왔다.
Q. Pelican에 탑재된 NVIDIA Jetson AI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A. 위성이 촬영한 이미지를 궤도 위에서 1차로 분석해 의미 있는 데이터만 우선적으로 지상에 전송하는 온보드 엣지 컴퓨팅 역할을 한다. Pelican-4에서 실시간에 가까운 객체 탐지에 이미 활용된 바 있다.
Q. Planet은 Maxar, Airbus 같은 경쟁사와 어떻게 다른가요?
A. 해상도 숫자 자체보다, 매일 전 지구를 촬영하는 Dove·SkySat 모니터링 레이어 위에 30cm급 Pelican을 얹는 구조, 그리고 위성 단가를 낮춰 대수를 늘리는 애자일 생산 방식에서 차별점을 찾는다.
마치며
Pelican-11은 그 자체로는 화려한 뉴스거리가 아니다. 상업 데이터도 안 만들고, 발사 자체도 담담하게 처리됐다.
하지만 이 위성이 서 있는 자리를 보면 Planet Labs라는 회사가 우주 산업을 어떻게 바라보는지가 그대로 드러난다.
완벽한 설계를 오래 붙잡고 있기보다, 작은 실패를 빠르게 반복하며 다음 버전을 개선해 나가는 접근.
소프트웨어 업계에서는 익숙한 이 방식을, Planet은 광학 하드웨어와 궤도 위 AI 컴퓨팅에까지 그대로 확장시켰다.
결국 Pelican-11이 검증하고 있는 건 30cm급 해상도라는 스펙 하나가 아니라, ‘우주에서도 애자일하게 개발할 수 있다’는 명제 그 자체다.
분명히 급은 다르지만 왜 스페이스엑스의 직원들이 폭팔하는 로켓을 보며 환호를 보냈는지 엿볼수 있는 대목이라 생각한다.